Wednesday, April 21, 2010

진국 인생

나는 곰탕을 무척 좋아한다. 뽀얗게 내린 국물에 밥을 말아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다음 파를 잔뜩 넣고 깍뚜기 국물을 가득 부어 한 입 후루룩~ 하면...캬....곰탕의 생명은 뭐니뭐니해도 국물에 있다. 오랜 시간 푹 고아서 우러난 그 국물의 맛이 없다면 그것은 곰탕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요즘 음식점에 가면(물론 어제 오늘일은 아니지만) 곰탕의 국물맛 대신 프림맛이 난다. 국물을 오래 오래 고아서 제 맛을 내려면 시간과 정성이 아주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순간의 맛을 내기 위하여 조미료로 맛을 내고, 프림으로 색을 내는 것이다. 그런 곰탕을 먹고나면 뱃속에서의 반란은 말할 것도 없고 기분이 무지하게 나빠진다. 그리고 이내 진국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이런 진국과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나이스하면서 중립을 지키는 것 같지만 그 속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의도를 읽으며 철저히 자기의 유익을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래 고아낸 국물처럼 찰나의 맛은 없어도 푸근한 사람이 그립다. 그리고 내가 다른 이들에게 그런 진국으로 남기를 소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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